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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시골에 사는 한국-포르투갈 가족의 포르투갈 여행기 - 리스본 2<1편에서 이어집니다>

리스본 중심가의 커다란 회전교차로는 이곳을 통과하는 많은 차량과 횡단보도를 건너는 수많은 사람,온갖 관광버스까지 몰려있는 복잡한 곳이다.

반면,지난달 11일 방문한 폼발 동상 뒤쪽으로 펼쳐진 공원은 꽤 한적했다.살짝 오르막길로 되어있어 끝 쪽까지 걸어간 후,뒤로 돌면 테주강까지 한눈에 보이는 멋진 전망을 안겨준다.

▲ 폼발광장 뒤쪽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리스본 기세등등한 폼발동상,그 앞 복잡한 리스본 구심,저 멀리 테주강까지 환히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멋지다.ⓒ 라정진
리스본 대지진과 폼발

폼발Pombal은 18세기 포르투갈의 정치가이자 재상으로,리스본 대지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1755년 11월 1일,만성절Dia de Todos os Santos (모든 성인의 날) 아침으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리스본의 하늘은 언제나처럼 고요했고,도시 곳곳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수천 명의 사람들이 대성당과 작은 예배당으로 몰려들었다.향냄새가 골목마다 퍼지고,초가 반짝이는 그 순간,땅이 갑자기 흔들렸다.성당 천장이 갈라지며 거대한 돌기둥이 무너져 내렸다.

"신의 진노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소리를 지르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그러나 거리도 더는 안전하지 않았다.대지 전체가 뒤틀리며 리스본이 마치 거대한 바다 위 배처럼 흔들렸다.집들이 무너지고,강가에서는 땅이 갈라져 사람들을 삼켰다.잠시 뒤,테주 강이 비정상적으로 물러났다.그리고 밀려온 거대한 파도.불길이 일고,항구의 유류 창고에 옮겨붙어 도시 전체를 집어삼켰다.

그날 하루 동안,리스본의 85%가 불탔다.수만 명이 죽었고,수도는 사실상 사라졌다.후대의 지질학적 분석에 따르면 지진의 규모는 대략 모멘트 규모(Mw) 8.5~9.0 사이였다고 한다.또한 지진 직후 쓰나미가 일어나 해안과 항구 지역을 덮쳤고,이후 며칠간 대형 화재가 이어졌다.

리스본 대지진은 한 국가의 수도가 대재난으로 거의 무너졌다는 점에서 유럽사에서 전례 없는 규모였고,이후 재건 과정에서 나타난 기술적·제도적 실험은 현대 도시·건축·재난관리 연구에서도 중요한 참조점이 되었다.또한 당시 많은 철학자와 신학자들이 "왜 신은 이런 일을 허락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국왕 주제 1세는 충격에 말을 잃었다.하지만 그 곁에서 냉정하게 명령을 내린 한 인물이 있었으니,그가 바로 폼발Marquis de Pombal이다.


지진 이후,그는 리스본 재건을 단순한 복구가 아닌 새로운 국가의 실험실로 삼았다.무너진 바이샤(도심)는 곧 계획도시로 다시 태어났다.거리들은 바둑판처럼 정렬되었고,건물들은 일정한 높이와 구조를 따라 지어졌다.지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된 '가이올라gaivola 구조',즉 나무와 철골이 결합된 내진 건축은 세계 최초의 도시 단위 내진 설계로 꼽힌다.

그는 도시뿐 아니라 사람을 재건했다.구호,위생,세금,무역,교육 등 모든 것이 그의 손 아래 재편되었다.그는 국가의 부를 '이성적 계산'으로 관리하려 했다.새로운 공장과 상업 조합을 만들고,외세 의존을 줄이려는 보호무역 정책을 도입했다.

리스본은 다시 일어섰다.그의 시대는 화려했지만,어두운 그림자도 당연히 있었다.폼발은 반대자를 용서하지 않았다.1758년,국왕 암살 미수 사건이 일어나자 그는 귀족 타바라 가문을 음모의 배후로 몬다.조사는 철저했지만 공정하지 않았다.고문,재판,공개 처형했다.귀족들의 피는 왕권 강화의 상징이자,폼발 공포 정치의 서막이었다.언론은 침묵했고,압축 앱 순위비판적인 자들은 추방되었다.

그의 '계몽'은 자유로운 사유가 아닌 통제된 질서를 위한 계몽이었던 셈이다.그러나 1777년,주제 1세가 사망하자 폼발의 시대도 끝난다.새 왕비 마리아 1세는 그를 해임했고,한때 모든 것을 지배했던 남자는 리스본 북쪽 폼발 영지로 유배되어 5년을 침묵 속에서 보내다 세상을 뜬다.

▲ 폼발광장 광장 한가운데의 폼발 동상.사자를 잡고 우뚝 서 있는 기세가 등등하다.ⓒ 라정진
도시에서 제일 복잡한 광장 뒤,한적한 공원

다시 오늘날의 리스본 폼발 광장.대형 원형 교차로 중심의 폼발 동상은 여전히 위세가 당당하다.전통적으로 '용기'와 '통치력'을 상징하는 사자상을 붙잡고 남쪽 리스본 중심부(바이샤)를 향해 서 있는데,마치 자신이 재건한 도시를 내려다보는 거 같다.

폼발 동상 뒤쪽 공원은 그런 역사의 드라마는 그저 먼 일처럼 조용히 내려둔 평화로운 녹지다.중앙에 포장된 길 양옆으로 각을 세워 조성한 관목길,그 양옆 쪽으로는 잔디밭과 벤치,나무들이 펼쳐져 있다.겨울에 방문하기 좋은 온실 식물원도 있고,아이들 놀이터,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파는 바도 있어 홀로,혹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다 좋다.

관광객들은 관광하느라고 바빠,굳이 이런 동네 공원까지는 안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불과 몇백 미터,폼발 광장 처에서 들리는 여러 나라말 역시 들리지 않는다.(폼발 광장은 시티투어버스와 각종 단체관광버스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겉옷을 깔고 편히 드러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다정하게 끌어안고 이야기하는 연인들,시끄럽게 재잘재잘하며 온몸을 던져 노는 아이들,아이들을 지켜보며 바로 앞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 어른들 - 평일 오후 한가한 리스본 사람들의 풍경 속에 우리도 들어가 있다,한없이 여유롭게.

쓰레기통에서 보는 전설

▲ 배와 까마귀 2마리가 새겨진 리스본시 쓰레기통 리스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리스본의 문장.비센트 성인의 유해를 호위하는 2마리 까마귀가 모티브다.ⓒ 라정진
언젠가 읽은 글에서,여행자는 현지인들이 그냥 넘기는,혹은 그저 거기 있었기에 신경 쓰지 않는 길 표지며,길바닥을 들여다본다고 했었다.이번 여행자의 눈에 띈 것은 리스본의 쓰레기통이다.까마귀 2마리가 앉아 있는 배가 아주 고풍스러운 스타일로 새겨져 있다.사실 쓰레기통뿐만 아니라 가로등,길바닥,시청 차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리스본의 상징이다.여기에도 전설이 숨어있으니.

지금은 리스본의 수호성인이 안토니우 성인이다만,그 전에는 비센트Sao Vicente였다.비센트 성인은 스페인의 사라고사에서 태어나,로마인에게 잡혀 발렌시아에서 순교했다고.온갖 고문을 당하다가 시체는 동물들에게 던져진 성인,그런데 신기하게도 까마귀들이 성인의 시체를 먹는 대신,오히려 보호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711년,무슬림이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하고,다시 세월이 흘러,1173년,포르투갈의 초대왕 아폰수 엔히크스는 성인의 유해를,무어인의 땅인 알가르브로부터 리스본으로 옮기려고 하는데,여기서 다시 까마귀 등장.리스본까지 오는 유해가 실린 배를 내내 보호하며 따라왔다는 전설이 바로 리스본 곳곳에 심볼로 새겨져 있다.

물론 좀 덜 재미있고,더 건조한 현실 정치 버전은 좀 다르다.당시 독립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던 포르투갈에서 성인의 유해를 옮기는 과정은 기독교 왕국으로서의 정체성 강화와 종교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던 것.

널리 존경받던 비센트 성인의 유해를 리스본으로 옮긴다는 건 왕권의 신성성을 강조하고,국민의 지지를 얻는 수단이었던 셈.중세 유럽에서는 종교가 통치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였으니 말이다.당시 포르투갈의 수도로서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리스본을 왕국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에서,비센트 성인을 리스본의 수호성인으로 삼고,그의 전설을 도시의 문장으로 삼은 것이다.두 까마귀가 성인의 유해를 보호했다는 스토리는 왕국 역시 신성한 보호 아래 있다는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겠다.

라디오드라마 스타일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 리스본스토리센터 드라마형식의 오디오가이드가 꽤 흥미진진하다.한국어 오디오가이드 옵션이 있으며,1시간 정도 리스본의 역사에 대해 재미나게 접할 수 있다.ⓒ 라정진
까마귀 전설,리스본 대지진과 폼발,그 전후의 리스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리스본 스토리센터Lisbon Story Centre를 추천한다.코메르시우 광장에 위치한 리스본 스토리센터는 멀티미디어 체험 중심 전시관인데,유물보다는 오디오 가이드,영상,음향 효과를 동원한 스토리 텔링과 시뮬레이션 위주 전시관이다.

초등 저학년 아이 둘과 두 번을 다녀왔는데,아이들이 또 가고 싶어 할 정도였다.1시간 전후로 가볍게 둘러보기 좋으며,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데 꽤 품질이 괜찮다.어색한 번역이나 딱딱한 내레이션이 아니라,나름 라디오드라마 같은 느낌으로 구성한 것이 돋보인다.

정원이 멋진 리스본 박물관

▲ 리스본박물관과 연결된 정원 공작새들이 자유롭게 정원을 노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새똥조심!ⓒ 라정진
스토리센터가 아닌 좀 더 정통적인 역사박물관도 있다.도시의 역사적 유물과 기록을 보존 전시하는 리스본 박물관Museu de Lisboa인데,작지만 깊이가 있는 편.그렇다고 막 어렵기만 한 박물관은 절대 아니다.고고학적 발굴품,회화,공예품 등이 있는데,중세 시대 리스본 평민의 생활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것이 특히 흥미진진했다.2번 방문했었는데,에볼루션 룰렛 요율붐비는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 박물관과 바로 연결된 정원은 공작새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오래된 나무들이 멋진 곳이다.그리고 포르투갈의 유명한 도예가 보르달루 피녜이루Bordallo Pinheiro의 세라믹 작품들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쉬기에도,구경하기에도,사진찍기에도 좋은 곳 - 참,이 정원 맞은편에는 피녜이루 박물관도 있다.

그러고 보니 잘 알려진 관광지를 좀 더 다른 시선으로 여행하기엔,작은 박물관들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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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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